유럽에서 박사진학 현실적 조언
확실한 것은 유럽은 미국과 다르게 교수가 개별적으로 연구펀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입니다. 혹시나 어떤 교수 개개인이 연구펀드를 EU나 본인 국가나 혹은 특정 연구단체로 부터 확보한다면 그 교수는 내부에서 본인이 평소 눈여겨보던 학생을 박사생으로 채용할 것이며 마땅한 후보자를 찾지 못할 경우 공식적으로 박사 채용공고를 내서 신규 박사생을 뽑을 것 입니다. 그렇기에 본인의 연구펀드로 선발하는 박사채용은 까다로울수 밖게 없을 것이기에 박사과정 실패의 위험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자기 국가학생이나 유럽 학생을 선발할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Non-European 학생이 박사 채용 공고난 포지션에 지원해서 선발될 확률이 낮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는 Non-European 학생의 능력문제가 아닌 교수의 한정된 연구펀드의 운영에 따른 문제가 훨씬 더 크게 작용합니다.
앞에서 말한것 처럼 교수가 연구펀드를 개별적으로 운영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본인 고유의 연구펀드가 없거나 부족한 상황에서 교수가 본인 연구에 박사생이 필요할때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fellowship 을 제공받고 선발되는 학생들중에서 본인 주제와 맞는 학생을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자신의 분야와 맞는 학생을 찾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교수들은 자신의 분야와 맞는 학생을 발견하면 본인 대학 박사 선발시기 (call) 에 지원하도록 권유합니다. 하지만 해당 학생 선발권이 본인들에게는 없기에 그 학생이 운좋게 학교 fellowship 에 선발되기를 바랄뿐 달리 도울 방법은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혹여나 그 학생이 운좋게 선발이 되면 교수 입장에서는 본인 연구를 도울 박사생이 그냥 생기는 것이고 그게 아니면 후보자를 놓치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수들 입장에서는 박사과정을 진학 하고 싶어하는 학생이 본인 연구펀드 (self-funding)를 들고 오는 경우가 가장 이상적이 케이스가 될 것입니다. 유럽에서 많은 대학들은 박사 선발시기(call) 자체를 운영하고 있지 않고 교수들이 확보한 펀드내에서 본인들이 박사 채용공고를 내서 선발하는 방식이 많아서 더욱더 그럴 것입니다. 본인 연구에 필요한 박사 인력이 자신의 생활비를 충당하며 공부하러 오겠다는데 막을 이유가 전혀 없어 지는 것입니다. 그냥 박사생이 공부할 수 있는 자리 하나만 마련해주면 끝입니다. 유럽대학이 특정 프로젝트나 학교 장학금 과정으로 선발된 학생뿐만 아니라 self-funding 학생을 환영하며 받아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들을 박사인력에 목마른 연구비에 독립적이지 못한 교수들이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제가 가졌던 착각 중 하나가 유럽대학이 무척이나 관대해서 교수들의 개별적 연구펀드에 기반한 박사 채용공고나 대학 내 박사생 fellowship 지원시기 (call) 에서도 기회를 얻지 못한 여러 학생들에게도 학업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것이 아니라 유럽 대학의 교수가 미국 대학의 교수와 비교했을때 상대적으로 연구비에 독립적이지 못한 소위 말해서 연구비에 거지(?) 여서 그런것입니다. 그들은 박사생을 늘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미국 교수들 처럼 본인이 연구비를 확보해서 자기 입맛에 맞는 학생을 탄력적으로 뽑을수 없는, 연구비에 독립적이지 못한 교수들 입니다 (물론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서 제가 언급한 케이스와 다른 유럽 대학의 교수들도 많이 있겠으나 미국과 비교 했을때 상대적으로 그들은 연구비에서 독립적이지 못해 보입니다).
여기서 대학원 진학시 미국과 유럽의 접근방법이 달라집니다.
본인이 공부하고 싶은 분야의 교수를 찾게 되어서 박사과정 진학을 문의했을 경우 분명 미국 교수는 자기 연구펀드 상황을 제일 먼저 얘기할 것입니다. 자신의 가용 연구펀드가 신규 박사생을 뽑을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해당 학생의 경력이 마음에 들었을 경우, 그들은 긍정적 메세지를 주며 공식 지원 해보라고 할 것입니다. 이 경우, 공식지원은 그냥 형식적 절차일 뿐 이미 합격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유인즉, 독립적 연구펀드를 운영하는 교수가 본인 재량에 의해 학생을 뽑기 때문에 학교에서 그 교수의 학생 선발에 관여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상황은 상황에 따라 달라서 100% 이렇다고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 Department fellowship 으로 지원하는 후보자의 경우는 교수 재량으로 선발하는 것과는 또 별개일 것입니다. 이 경우 GRE 나 여러 자료들이 요청되겠지요)
반면 유럽의 경우, 본인이 공부하고 싶은 분야의 교수를 찾게 되어서 박사과정 진학을 문의했을때 해당교수가 그 학생의 경력이 마음에 들었을 경우, 나올수 있는 시나리오는,
첫번째, 학교 공식 지원시기(call) 에 지원해보라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 미국의 경우처럼 교수가 학생 선발에 재량권을 가지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 공식지원의 의미는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살아남아 선발되어 자기에게 오기를 바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두번째, self-funding 으로 들어오기를 권유할 것입니다. 이는 해당 학생의 경력이 마음에 드나 본인이 그 학생을 재정적으로 지원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해당 학생이 본인 생활비를 충당하며 자기 밑에서 학업하기를 희망하는 경우입니다. 그 학생의 자체펀드가 해당 학생의 국가 장학금이든 특정 장학단체 장학금이든, 혹은 학생 개인의 돈이든 교수 입장에서는 첫번째 관심사항이 아닙니다. 교수의 관심사는 그 학생이 자기의 재정적 지원 없이 박사과정을 마칠수 있느냐 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아이러니 하게도, 유럽에서 박사를 하기는 무척이나 쉽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앞에서 말한것 처럼 교수가 어렵게 구한 연구 펀드로 선발하는 박사채용은 까다롭고 또 위험부담이 적은 자기 국가 학생이나 유럽학생이 될 확률이 클 것이기에 non European 학생이 채용공고된 박사 자리를 차지하기는 훨씬 어려울 것입니다. 간혹 그런 기회를 얻는 학생들이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봤을때 European 학생들 보다는 훨씬 낮을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자체펀드로 접근하면 말은 달라집니다. 채용공고를 내지 못하는 박사생이 필요한 유럽의 수 많은 대학의 교수들은 지금도 박사인력을 원하고 있을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말한것 처럼 학교 장학금에 선발되어 오든지 자체펀드로 오든지 상관없이 교수들이 필요한 것은 자기 연구주제에 맞는 박사생들이 자기에게 오는 것입니다. 미국은 교수의 연구펀드가 독립적이여서 연구펀드가 충분한 교수를 운좋게 만나서 박사진학 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기에 self-funding 을 가져오는 학생에 대한 매력도가 유럽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박사진학의 문턱은 상대적으로 높을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반면, 유럽대학의 경우 박사생은 채용의 개념이기 때문에 수업료, 등록금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영국은 제외됨; 영국은 International 박사생들에게 학비를 받습니다). 그리고 유럽에서의 박사과정은 코스웍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즉, 주어진 박사과정 계약기간 동안 자기 사무실에서 자기 일을 하며 논문을 쓰는 채용의 개념입니다. 유럽내 소수 대학들에서 자체적으로 코스웍을 운영할수는 있겠으나 지금까지 제가 아는 한 미국처럼 박사 과정에서 정식적인 코스웍을 운영하는 유럽 대학을 본 적은 없습니다. 그렇기에 3년 혹은 4년 본인 생활비만 충당할수 있다면 박사인력을 필요로 하는 유럽 교수 밑에서 박사는 쉽게 시작할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유럽 대학에서 박사진학을 위해 석사를 먼저 시작하는 것도 그리 효율적이지 않을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혹여나 유럽대학에서 석사를 먼저 하면 유럽 대학 박사진학이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면 앞에서 설명한 제도차이에 비추어 볼때 절대적 메리트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유럽에서 석사제도는 수업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유럽 학생들 보다 훨씬 높은 등록금을 납부하여야 합니다. 차라리 석사과정때 유럽 현지에서 지불할 비용을 박사진학시 self-funding 으로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일수 있습니다. (물론 본인 재정 환경이 여유가 많다면야 유럽에서 석사를 하는 것은 좋은 결정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재정적 한계가 있고 석사나 박사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박사과정에 본인 재정을 투자하는게 훨씬 효율적일수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국내에서 석사를 마치고 본인이 유럽에서 생활할 생활비를 마련해서 유럽대학에 박사지원을 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인 방법일수 있을 것입니다. 당연히 국비장학금이나 해당국가에서 장학금 등등 연구펀드를 받고 박사과정을 시작하면 가장 좋지만 혹여나 그런 상황이 안될 경우 낙담할 필요없이 그냥 자기 생활비만 내고 공부하겠다는 유연한 생각만 가지면 유럽에서 박사를 시작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 1. 유럽교수는 미국교수와 비교했을때 연구비에 독립적이지 못함 2. 그렇기에 유럽교수들은 늘 박사생이 필요함 3. 혹여나 교수가 연구비를 독립적으로 확보했을시 Non European 을 선발할 가능성은 낮음 4. 본인 연구펀드 (생활비) 를 들고 오는 박사생은 유럽교수들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음 5. 꼭 유럽에서 박사를 하고 싶은 경우 현지에서 석사를 먼저 하는것이 도움이 될 수도, 더 많은 정보를 얻을수 있지만 이것이 절대적 메리트가 되는 것은 아님 6. 차라리 그 재정을 모아서 본인 박사과정 연구펀드로 사용 하는것이 더 효과적일수 있음 7. 결국 유럽에서 박사 문턱은 낮음 (본인 라이프 스타일만 잘 조정하면 낮은 생활비 (i.e. 월 600~700유로/ 4년 최대 33,600 유로 / 한화 약 4천만원) 로 유럽 박사 학위를 취득할수 있음. 미국에서는 이 금액으로 해당 대학에서 연구펀드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본인 자체펀드로 위의 금액으로 박사과정 하기는 불가능함. (많은 미국 대학들은 자체펀드로 들어오는 박사생에게 등록금을 받는 경우가 많음) <최종결론> 실력을 키워서 유럽에서 연구펀드 받고 선발되는 박사생이 되는 것이 가장 좋으나 그런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하더라도 낙담할 필요 없이 미래에 대한 투자라 생각하고 본인 생활비를 충당하며 공부하겠다는 유연한 생각을 가지면 유럽에서 박사과정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음!!!
6 thoughts on “유럽에서 박사진학 현실적 조언”
안녕하세요 먼저 블로그를 통해 연락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댓글로 연락주신건데 전 메일로 주신줄 알고 메일로 보냈는데 혹시나 싶어서 여기에 다시 글 남깁니다).유럽에서 석사과정을 준비하고 계시는 상황이신 거죠? 제가 말씀드렸던 메리트에 대한 부분은 이렇게 이해해 주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즉, 자비로 유럽에서 석사를 하게 될때 소비되는 재원 만큼 유럽에서 석사과정 후 박사진학시 나타나는 메리트가 적다는 의미입니다.유럽에서 석사를 하면 박사진학시 100% 가능성이 있다면 금액을 투자하는게 맞지만 사실 그렇지가 않습니다. 유럽에서 박사과정은 채용 과정이여서 수업이 있는것도 아니고 자기 사무실에서 자기 일을 하는 과정입니다. 그렇기에 '교육적 투자' 의 개념으로 학생을 선발하는게 미국보다 약해서 Non European 이 들어가기에는 높은 진입장벽이 있는것도 사실입니다. 만약에 정말 유럽에서 박사를 하고 싶다면 유럽에서 석사를 할 돈으로 박사과정을 하는게 낫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자기 생활비만 충당할수 있다면 자기 이력서를 마음에 드는 교수에게 보내면서 내가 이런 경력이 있고 이런 분야로 공부를 하고 싶은데 내 생활비는 내가 충당할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교수 입장에서는 무척 좋아할것입니다.가장 좋은 방법은 해당 대학이나 국가 연구펀딩을 받고 시작하는게 이상적이기는 하나 그런 기회를 얻지 못한다 할지라도 좌절하지 말고 내 생활비만 충당하고 공부해 보자는 취지로 적은 글이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굳이 유럽에서 석사를 할 돈이 있다면 그 돈으로 박사를 하는게 낫다는 의미입니다. 유럽에서 석사는 국내와 개념이 달라서 학부의 연장선입니다. 지도교수가 있는것도 아닙니다. 미국이나 한국처럼 석박통합 이런 개념이 아니여서 석사생은 6개월 정도 논문쓸때만 지도 교수가 있고 그 외에는 계속 코스웍 듣는 과정입니다. 그렇기에 유럽에서 석사를 한다고 해서 박사 진학에 절대적 메리트가 있지는 않는것 같습니다.근데 헝가리 정부 장학금으로 가는 과정이면 무조건 가시는게 맞는거 같은데요~ 더 궁금한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산림학 및 농학을 전공한 학생입니다. 올해 상반기 헝가리 Szent Istvan University로 교환학생을 다녀왔고, 내년에'헝가리 정부 초청 장학생' 원예 전공으로 석사를 신청하고자 하는데 글에서 써주신 걸 보면 연구 실적과 경쟁력 측면에서 국내에서 석사를 마치고 박사를 생각하는 게 맞지 않냐는 생각이 듭니다. 5번에 써주신 대로 '꼭 유럽에서 박사를 하고 싶은 경우 현지에서 석사를 먼저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이것이 절대적 메리트가 되는 것은 아님.'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많은 도움이 됐어요. 헝가리에서 교환학생 시작할 때부터 고민은 많이 했는데 조언을 얻을 곳이 별로 없더라고요.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블로그를 통해 연락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유럽에서 현지 취업을 생각하신다면 조금은 냉정하지만 현실적인 말씀을 드리는게 맞겠지요? 유럽에서 석사를 마친다고 해서 바로 현지 취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작은 가능성일뿐 절대적 요소가 되는건 아닌것 같습니다. 더치 기업이 non-european 을 채용할 경우 비자 스폰에 비용이 발생하고 지불해야될 급여수준이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대기업 대리급 연봉 수준으로 알고 있습니다. non-european 신입에게 그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채용할 만한 \”절대적 요소\” 가 본인에게 있다면 현지취업도 가능하겠지요~ 참고로 더 말씀드리자면 현재까지 Wageningen 대학교 전체 한국인 졸업생 중 현지 취업자수는 0명 입니다. 그렇기에 Wageningen 대학교 석사를 졸업하고 현지취업 가능 확률은 0% 라고 단순하게 말씀드릴수 있겠습니다. 비싼 돈을 지불하고 유학을 결심 하실거라 생각되서 그저 긍정적인 메세지보다는 이런 현실적인 말씀만 드렸습니다. 하지만 단순 확률만 생각하지 마시고 그 확률을 내가 한번 깨 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도전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더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안녕하세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국내에서 원예학 학사 전공 후 유럽 석사를 생각하고 있던 차에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제 최종 목표는 석사를 취득한 후에 유럽의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후에는 사업을 하는 것입니다. 유럽에서의 취업을 위해서는 유럽에서의 석사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생각하였습니다. 유럽에서의 박사 과정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하셨는데 포스트하신 글과는 조금 상반(?) 되지만 석사 과정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저는 Self funding 을 할 생각합니다.
진학 1순위로 희망하는 학교는 와게닝헨의 plant science 학과입니다. 마침 다른 글에서 이 학교를 졸업하셨다고 하셔서 추가글 남깁니다 🙂